쿠팡 알바를 다녀왔다.
양재역 쪽에 있는 서초 1 캠프인데
나는 오전 10시 반~오후 2시 반까지 하는 소분업무를 지원했다.
사실 저녁 6시에서 새벽 1시 반까지 하는 야간근무에 지원했는데
인원이 다 찼다고 해서 오전 근무에 투입됐다.
쿠팡 알바를 처음 지원하면 안전교육 동영상을 오기 전에 미리 시청하고 오라고 하는데
얼추 1시간에서 2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그냥 틀어놓고 딴짓했다.
이걸 보고 가면 교육 수당이라고 해서 알바비에 추가된다.
처음 가는 거라 이것저것 많이 챙겨갔는데 사실 필요한 것은 두 가지밖에 없다.
신분증과 스마트폰. 두 가지만 있으면 된다.
장갑도 가면 준다. 근데 다이소같은데서 괜찮은 거 하나 사가지고 가면 도움이 되긴 된다.
이제 쿠팡 캠프에 도착하면 직원분들이 알려주는데로 신분증 보여주고 쿠펀치 어플 회원가입하고 하면 된다.
직원분들은 대체로 친절하셨다. 일하면서 뭐 기분나쁜 일은 없었던 것 같다.
내가 맡은 업무는 소분인데 말그대로 물건을 분류하고 적재하는 일이다.
레일에 실려오는 택배의 바코드 번호를 확인하고 그번호대로 택배를 RT라고하는 롤테이너 박스에 옮겨담으면 되는 일이다. 한 라인에 두명씩 서는데 한명은 물건을 분류하고 한명은 그 물건을 적재하는 일을 하게된다. 나는 물건을 적재하는 일을 했다. 보통 분류하는 사람은 짬이 좀 되는 사람이 하는 것 같다. 나처럼 처음 온 사람은 물건을 적재하는 일을 하게되는데 적재 할때도 바코드 번호를 보고 알맞은 곳에 적재를 해야 한다.
일은 굉장히 단순하고 쉽다. 누구나 금방 할 수 있는 일이다.
단지 계속해서 밀려드는 물건을 쉴새없이 번호에 맞게 분류하고 적재 해야하기 때문에 일의 강도가 상당하다.
RT에 택배박스를 테트리스 하듯이 잘 쌓아야 하는데 이것도 하다보면 요령이 생겨서 잘 쌓게 된다.
일단 일이 시작되면 중간에 한번 쉬기전까지 계속해서 일을 하기때문에
땀이 비오듯 쏟아진다. 물류센터 내부에는 선풍기밖에 없기 때문에 굉장히 덥다.
서초1 캠프는 물을 쿠팡에서 제공해줬는데 틈틈히 일하면서 물을 마셔줘야 한다.
일을 계속해서 진행하다가 중간에 한번 쉬는데 쉴때 아이스크림도 하나씩 줬다.
어쨌든 한 20분? 정도 쉬었던 것 같다. 그리고 다시 계속해서 소분을 한다.
일이 거의 끝나갈 즈음에는 허리가 너무 아팠다. 계속 반복적으로 택배물건을 줍느라 허리를 숙이기 때문에
허리에 부담이 많이 간다. 허리에 가장 무리가 가고 그 다음이 발이 아프다.
근무가 끝나고 쿠팡에서 유명한 300원짜리 자판기 음료를 뽑아먹으려고 갔는데 100원 인상되서 400원이더라.
데미소다 2개 뽑아먹었다. 음료가 다양하진 않았던 것 같다.
쿠팡 알바를 힘들지만 끝까지 해냈다.
사실 나는 다리가 좀 안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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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글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나는 현재 엄지발가락이 없고 발목과 발바닥이 굉장히 안좋은 상태다.
그래서 쿠팡 알바를 처음 가기전에 굉장히 두려웠다.
몸 멀쩡한 사람도 택배일을 하다가 도망가는 사람이 많은데
내가 지금 이몸으로 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들어서 일하기 전날은 정말 두려웠다.
출근하는 날 아침에도 '왼쪽다리야 제발 4시간만 버텨줘라' 이런 생각으로 출근을 했다.
참고로 나는 법적으로 장애인은 아니다. 하지 장애는 조건이 엄격해서 나정도는 장애인으로 취급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분명 정상적인 상태는 아니기 때문에 일하기 전에는 두려움이 굉장히 심했다.
그렇지만 이 일을 한 이유는 내가 생각하기에 택배 상하차(소분은 상차와 비슷)는 알바중에도 가장 힘든 일중에 하나이고 이 일을 내가 만약 끝까지 해낼 수 있다면 내가 이 다리로 다시 열심히 살아갈 수 있는 큰 자신감을 얻을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었다. 결국 일을 끝까지 해냈고 몸은 고되지만 정신은 굉장히 맑아졌고 해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물론 일하고 몸살로 3일을 앓아누웠다.
일하고 받은 급여는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나에겐 너무 소중했다.
살면서 가장 힘들게 일하고 받은 돈이었기 때문에 허투루 쓸수가 없었다.
그 돈으로 책을 한권 샀다. '빠르게 실패하기'라는 책인데 요즘 계속 읽고 있는 중이다.
만약 쿠팡 택배알바를 생각하고 계신분이 있다면
한번쯤은 가보는 걸 추천한다.
일하고 나면 느끼는게 많을 것이다.
쉽게 번돈과 땀흘려 번돈은 그 무게가 다르다는 걸 느끼게 될 것이다.
돈이란게 다 같은 돈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고 그 소중함을 느끼게 해줄 것이다.
그리고 이 일이 일의 강도가 굉장히 높기 때문에 해내고 나면 뿌듯함과 자신감이 생길 것이다.
일이 힘들지 않을까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힘들지만 나같은 사람도 끝까지 해냈다. 몸이 멀쩡하다면 누구든 해낼 수 있을 것이다.
요즘 읽고 있는 '빠르게 실패하기'라는 책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구절이 있다.
'생각해보라, 실수를 한다고 해서 죽지는 않는다.'
말 그대로 내가 좀 실수하고 실패해도 죽지는 않는다.
나는 이제 계속해서 뭐든지 시도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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