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한 달 동안 홈플러스 진열 알바를 했다.
알바 하기전 면접을 간단히 보고 다음날 합격했다는 문자를 받고
월요일부터 알바를 시작했다.
첫날은 집에서 홈플러스 안전교육을 듣는 걸로 끝났고
둘째 날부터 출근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가공일용팀에서 일을 했는데
거기서 또 신선가공이란 파트에서 일을 했다.
신선 가공은 쉽게 말해 우리가 먹는 두부, 콩나물, 계란, 우유 같은 것들을 담당하는 팀이다.
나는 두부,콩나물,계란을 주로 맡아서 하고 바쁠 때는 우유까지 맡아서 했다.
오후 1시부터 밤9시까지 일을 했다.
밥 먹고 휴식시간 빼면 7시간 동안 일을 했는데
꽤나 체력이 필요하다. 물론 택배 상하차급의 엄청난 고강도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7시간 동안 서있어야 하고 계속해서 돌아다녀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체력은 필요하다. 물론 중간중간 쉴 수 있는 시간이 있다.
알바를 하면서 처음 헷갈렸던 것은 진열해야 하는 물건이 창고 어디에 있는지
또 진열해야 하는 물건이 무엇인지 처음에는 엄청 헷갈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하다 보면 눈에 익으면서 금방금방 또 잘하게 된다.
그리고 유통기한을 잘 확인해야 하고 유통기한이 빠른 것을 앞으로
느린 것을 뒤로 이렇게 놓으면서 진열을 해야 한다.
또 내 진열할 것을 다했다고 쉬는 게 아니라 중간중간
다른 분들도 요령껏 도와드리고 하면 좋다. 그리고 그렇게 해야 시간도 잘 가더라.
또 가끔 손님들이 뭔가 물어볼 때가 있는데
아는 건 대답해 드리고 모르는 건 다른 직원분한테 물어보거나
아니면 아예 다른 직원분에게 넘겨드리면 된다.
그리고 뭐 자잘한 일들이 여러 가지 있는데 뭐 하다 보면 다 익숙해져서
일하는 것 자체는 그렇게 많이 어렵지 않으니 금방 익숙해진다.
또 일할 때 대부분 내가 맡은 파트만 신경 쓰면 되고
그렇기 때문에 혼자서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약간 혼자서 일하기 좋아하는 분들은 이런 점이 꽤나 좋게 느껴질 수 있을 것 같다.
쉬는 날은 매번 달라진다.
두 번째 네 번째 주 일요일은 홈플러스 자체가 쉬는 날이라 고정 휴무이고
그 외의 쉬는 날은 스케줄표를 짜서 유동적으로 쉰다.
이틀을 연속으로 쉴 때도 있고 하루 쉬고 몇일근무하고 또 하루쉬고 이런 때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틀 연속 쉬는 게 좋았다. 더 여유가 있다고 느껴졌던 것 같다.
출근이 오후 1시라 오전시간에 뭔가를 하기가 좀 애매하고
퇴근하고 집에 와서 씻고 뭐 하면 금방 10시가 되기 때문에 피곤해서 금방 잤던 것 같다.
그래서 하루에 뭔가 다른 걸 할 여유가 좀 없다고 느껴졌기 때문에
이틀을 연속으로 쉬어야 좀 더 내가 하고 싶은 것도 하면서 여유가 있는 것 같았다.
같이 일하는 직원분들은 거의 대부분 여자분들이셨고
내 또래 분들은 거의 없고 거진 다 어머니뻘 되시는 분들이 많았다.
마트 일이 상당히 피곤한 일인데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특히 계란 같은 것은 상당히 무거워서 남자인 나도 며칠 하니까
손목이 시큰시큰거려서 파스를 붙이고 일을 해야 했는데
내가 오기 전에는 그분들이 해야 했을 일이니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이 되었다.
8번의 수술
첫 수술을 받고 난 뒤 내 왼쪽 발은 프랑켄슈타인을 떠올리게 했다. 발가락마다 핀 같은 게 박혀있었고 여기저기 꿰맨자국이 즐비했다. 그래도 어찌저찌 발의 모양을 갖추긴 했다. 의느님께 정
steelpeople.tistory.com
직원분들이 다 잘해주셔서 금방 적응했고 마음 불편한 것 없이
한 달 동안 일을 잘할 수 있었다.
물론 처음에는 살짝 걱정이 되기도 했다. 나는 발이 좀 안 좋으니까. (위에 내 다리상태가 어떤지 링크를 달아놓았다)
하지만 이제 생각을 적게 하기로 했다. 그냥 많이 생각 안 하고 도전했다.
뭐 정 너무 힘들면 중간에 정말 힘들어서 못하겠다고 하고 그만두면 될 것 아닌가
그런 생각으로 그냥 했는데 크게 문제없이 한 달 동안의 일을 잘 마칠 수 있었다.
이제 하루짜리 일도 해보고 일주일짜리도 해보고 한 달짜리도 해봤다.
내 결론은 내 다리가 비록 별로 안 좋지만 나는 어떤 일이든 다 해낼 수 있다는 거다.
실제로 택배상하차 - 창고정리 - 대형마트 진열알바
꽤나 몸을 써야 하는 일들을 모두 해낼 수 있었다.(상하차는 꽤나가 아니라 헬이다)
나처럼 크게 다쳐보신 분들은 공감하실 것이다.
한번 크게 다치면 사회로 다시 나가는 게 두렵다.
마우스 한 번만 클릭하면 이력서를 보낼 수 있는데
두려움 때문에 도저히 손가락을 움직일 수 없었던 때도 있었다.
무기력이 나를 지배하고 그저 하루하루 시간이 흐르는 걸 지켜보기만 해야 했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아주 약간의 용기로 인해서 지금 나는 많이 변했다.
(물론 나 혼자서 낸 용기는 아니다. 친구들과 부모님이 나를 도와줬다.)
불과 한두 달 사이에 내 멘탈은 엄청나게 강해졌다. 몸도 강해졌다.
그동안 나는 내 몸상태에 대해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일을 할 수가 없었다. 면접을 봐도 자신감이 없어서 전부 떨어졌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나도 남들처럼 일을 할 수 있었다. 거기다 나는 몸도 더 안 좋은데
충분히 남들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도 일을 할 수 있다는 걸 이제 다 증명했다.
이제 더는 두렵지가 않다.
밑바닥에서 드디어 동아줄을 타고 올라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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